이예원, 경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작지만 큰 걸음, 남북 대학생 국토대장정

 

  우리 또래의 젊은 사람들에겐 통일이란 식민지시대 이야기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얼마 전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현대문학을 배우는 시간이었는데 50년대 한국문학에 관해 이야기 하던 중이었다. 아무래도 50년대 문학을 다루다 보니 통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교수님께서 통일이 꼭 되었으면 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손을 든 사람은 같이 수업을 듣는 이들 중 연세가 있으신 몇몇 분들 뿐이었다. 내 또래의 젊은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는 듯 앉아 있었다. 그리고 통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라는 부분에서 손을 든 사람도 몇몇이 있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하는 말이 통일이 된다고 해서 더 좋아질 거 같지 않고, 통일에 드는 비용이 막대하다는 이야기였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단순히 경제 논리 하에서 다루어지기엔 통일이란 말이 너무 무겁지 않을까 싶었다. 돈과 바꿀 수 없는 수많은 가치들 중 하나가 통일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국토가 분단 된지 벌써 50년이 훌쩍 넘었다. 예전에 흔히 말하던 이산가족이 살아 있을 때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는 말은 어느덧 그 실효성을 점점 잃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통일이란 게 과연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굳이 통일을 해야 할 당위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할 것이다. 내 주변의 사람들도 대부분 통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통일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은 게 사실이다. 최근 뉴스에선 연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관련 소식으로 난리다.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등 뒤로 스산한 한기가 스쳐지나간다. 그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한반도 전체, 부산까지 다다르는 걸 보면 이거 참 보통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일이다. 버스를 타고 있었는데 고등학생 아이들이 바로 내 뒤편에 앉아서 가고 있었다. 바로 뒤에 있어서 애들이 하는 말을 무심코 듣게 됐는데 북한이 미사일얘기와 이대로 전쟁나면 공부할 필요도 없는데 공부하지 말자 이런 식의 이야기였다. 예전 같았으면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들의 우스갯소리로 웃고 넘겼을 말들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의 말투가 너무도 진지했다. ‘아직 대학교도 못 갔는데 전쟁나면 다 죽잖아 이거 진짜 완전 최악이다.’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까지 불안해 지는 것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쟁이란 먼 나라의 이야기로 들렸는데 요즘은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한 감정들, 그리고 우리는 종전국가가 아닌 휴전 국가라는 어린 시절의 가르침이 새삼 떠오르는 요즘이다.

  나뿐만이 아니다.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이 말하길 요즘은 뉴스를 봐도 영 불안하다고 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전쟁에 대한 공포심이 다시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종전국가가 아닌 휴전국가에 사는 국민으로서의 불안감이 우리를 감싸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안감은 실생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 학교는 성남에 있기 때문에 성남 공군기지로 가는 비행기들이 자주 지나가는 편이다. 예전에는 비행기 소리가 나도 신경도 쓰지 않던 아이들의 얼굴에 무서움이 피어오르는 것이다. 또, 얼마 전에는 민방위 훈련 사이렌 소리에 애들이 놀라서 사색이 되어 ‘이거 전쟁난 거 아니야, 전쟁 난 건 아니겠지’하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우리에겐 이처럼 휴전국가에 사는 태생적인 불안감이 마음속 한 구석에 항상 있다. 왜 통일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이런 불안감으로부터의 해방이 하나의 답안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대답은 우리가 그토록 강조하는 경제논리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논리를 앞세워 통일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생각하면 굳이 통일을 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다. 사실 한반도는 외국인 입장에서 보기에 매력적인 투자지역이 될 수 없다. 천연자원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인건비가 싼 시장도 아니다. 우선 통일을 하게 되면 한반도란 지역 자체의 투자 안정성이 올라간다. 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이며 한 때 부시 대통령에 의해 테러 지원국으로 지목되었던 북한과 인접한 나라이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사슬은 결코 매력적인 투자지역이 될 수 없다. 통일을 통해 북한의 개발되지 않은 지역들을 개발하고 외국인들이 보기에 안전한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먼 훗날을 생각했을 땐 실보단 득이 많은 것이다.

  북한의 대외적인 명칭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다. 나라 이름 안에 민주주의란 말이 들어간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북한의 주인은 국민인가?

  최근 뉴스에서 북한이 김정일 주석이 건강이 악화 되면서 그 아들 김정운에게 권력을 이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 되었다. 민주주의 나라에선 국민이 주인이 되기 때문에 권력승계가 이뤄질 수 없다. 김일성 전 주석, 김정일 현 주석, 그리고 김정일의 아들 김정운이 권력을 승계 받을 경우 북한은 삼대가 권력을 이어 받게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라 불리고 있지만 실상 왕권 국가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권력 승계 과정 속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무시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중 하나이다. 그러다 보니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이 어떤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재작년에 중국 여행을 간적이 있다. 그때 백두산에 가면서 두만강 건너 북한 땅을 본 적이 있다. 안내 해주시는 분이 아니었다면 그곳이 북한이라곤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70년대 시골 풍경이라고 하면 딱 맞을 것이다. 두만강 건너편 기차가 연기를 뿜으면서 가고 있고 북한 주민들이 아주 느린 걸음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북한의 땅은 여기 저기 좀먹은 듯이 황폐한 땅이 드러나 있었다. 중국과 북한을 나누는 두만강은 굉장히 얕아 보였다. 사람이 서서 건너기에 충분해 보이는 두만강, 그 너머 있는 북한의 모습은 말 그대로 척박했다.

  예전에 본 시사프로에서는 그 얕은 두만강을 북한의 처녀들이 건너 중국으로 온다고 했다. 굶주림에 쫓겨 중국으로 온 그들은 결국 자신의 몸을 팔아 살아간다고 한다. 그 프로에서는 북한 처녀들을 중국 인간시장에 알선하는 북한계 브로커가 나왔는데 그가 하는 말이 굶주림에 쫓긴 북한의 시골에선 인육을 먹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북한 주민들은 이미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권력의 달콤함에 취해 삼대가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려 하고 있지만 북한에 사는 주민들은 굶주림과 가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초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었던 냉전 시대는 공산주의의 선봉장이었던 소련의 붕괴로 종식되었다. 공산주의는 모든 이들이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보수를 받는 것을 추구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들은 독재와 비리로 붉게 물들었다. 결국 공산주의 국가들은 수많은 문제점을 남기며 스스로 허물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 까지 건재하다. 국민들을 외부로부터 격리시켜 철저한 사상 교육을 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의 주인은 일부 권력층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을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이끌기 위해선 사상교육으로 물든 북한 주민들의 인식 변화가 기초가 되어야 한다. 이런 북한 주민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 우리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우선 남과 북의 거리 차이를 없애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거리 차이란 실제의 거리가 아닌 마음의 거리이다. 이런 마음의 거리를 없애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직접 부딪히며 소통하는 것이다.

  여름방학이 되면 학교 게시판이나 복도에 붙이는 포스터가 있다. 바로 대학생 국토 대장정이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남한으로 직접 걸어서 하는 국토대장정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현재 개성공단으로 가는 도로가 있으니 육로를 통해 남과 북의 대학생들이 하나로 이어진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남북 대학생 국토대장정’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우선 남과 북의 미래의 주축이 될 젊은 청년들이 어울리며 이야기도 하고 땀도 흘리며 그간 멀게만 느껴졌던 거리감을 좁힐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 자연스럽게 북한의 인권이라든가 다른 나라의 상황과 북한의 폐쇄성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되리라 본다. 물론 처음부터 그 모든 것들이 이뤄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육로를 통해 남과 북의 대학생들이 국토대장정을 할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작지만 큰 한발이 국토대장정을 통해 가능 한 것이다. 특히 국토 대장정에 참석하는 대학생들은 미래 남과 북을 이끌 젊은이들이라는 것이다. 이 국토대장정을 통해 남과 북 대학생들 간 교류의 장을 마련한다면 그것이 통일로 가는 밑바탕이 될 것은 분명하다.

  북한 학생들의 경우 어렸을 적부터 사상교육을 받아 조금은 경직되어 있으리라 본다. 중국에 갔을 때 안내 하시는 분이 조선족 동포셨는데 북한에서 온 사람들보다 남한에서 온 사람들이 훨씬 대하기가 편하고 문화적으로 이해하기 쉽다고 한 기억이 난다. 그만큼 문화적인 거리감이 큰 상황에서 우리 대학생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보면 북한의 학생들은 처음에 큰 거리감을 느낄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북한의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서 지속적인 교류를 하다보면 우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리라 본다. 그리고 현재 북한의 실정이나 자국의 인권상황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리라 본다.

  국토대장정을 할 때 처음에 급하게 가면 나중에는 완주를 할 수 없다고 한다. 남북관계도 국토대장정과 같다고 생각된다. 한발 한발 신중히 힘차게 내딛어 국토대장정을 완주 하듯이 남과 북의 관계도 그렇게 신중히 내 딛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작은 걸음들이 모여 우리와 같은 피 같은 얼굴을 가진 동포들의 인권을 회복하고 통일을 앞당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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