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본 서대문경찰서


수요영어교실

. 김성철

안녕하세요?

먼저 이 귀한 자리에 앞서 서대문경찰서에 외국인, 탈북자 11 수요영어교실을 오픈하여 주시고 5여년에 이르도록 인도하여 오신 서대문경찰서 서장님과 보안과 선생님들, 그리고 성통만사 모든 자원봉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저는 노원구 중계동에 살고 있는 김성철입니다.

제가 아들, 딸과 함께 이곳에 다닌 지 꼭 1년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서대문경찰서 수요영어교실을 정기적인 학원으로 간주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이는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꼬박 다녔습니다.

저는 처음에 저희가 탈북자 신분으로 경찰서에 자유롭게 드나들며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것에 무척 놀랐고 긴장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주민등록증을 못 가지고 온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직원 분들이 목소리만으로 저희를 알아보셔서 늘 아무 탈 없이 이곳까지 들어올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찰서 선생님들이 만나실 때마다 손을 잡아주시고 안부를 물어주시고, 아이스크림도 여러 번 사가지고 오셔서 위로해주시고 매 주 근처 식당에서 식사까지 사 주시며 교제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북한에서 제가 받아 안았던 경찰에 대한 나쁜 이미지들이 저도 모르게 싹 사라져 버렸습니다.

더하여 결코 쉽지 않은 일을 떠맡으시며 겸손히 섬겨오시는 대한민국 경찰의 국민봉사정신에 깊은 감명과 포근함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자원으로 봉사하는 분들이 많을 수가 없으니 순 외국인만으로 영어교실을 운영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수업에 참여해보니 탈북학생수보다 더 많은 외국인들이 이곳을 가득 메우군 하였습니다.

그리고 탈북민들을 도와주려는 이분들의 뜨거운 마음이 자신들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넉넉한데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진실로 사랑하는데서 흘러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이화여대에서 공부하고 계시는 미국인 크리스틴(Kristin)선생님은 저의 딸을 6개월 간씩이나 고정적으로 맡아 가르쳐 오시는데 매 주 수요일이면 항상 그리움의 인사를 먼저 영어문자로 보내오셔서 저희를 감동 시키시군 합니다.

서울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하시고 몇 달 전에 미국으로 돌아가신 내트(NAT)선생님은 저의 애들을 위해 영어애니메이션 수백 부를 USB에 카피해주셨습니다.

제가 이분의 전문가적 능력과 수고에 감사해서 식당에 초대하고 현금 10만원을 드린 적이 있었는데 이분이 종내 안 받으시고 부담이 된다며 두 번째 식사초대마저 거절하셨습니다.

그것을 보고 저는 잠깐 만나도 심장에 남는 저 선량한 미국인처럼 나도 살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홍익대에서 14년간 교수로 근무하시는 호주 출신 매튜(Mattew)선생님은 최근 수 개월간 저를 가르쳐 오셨습니다.

이분이 서대문에 못 오시는 날이면 그 이유와 미안함을 꼭 문자로 보내오시군 하는데 영어와 한글이 언제나 섞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한글이라는 것이 띄어쓰기가 전혀 없고 간혹 어떤 단어의 뜻은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 저는 한국어를 모른 채 한국땅에서 사셔야만 하는 이분들의 고달픈 타향살이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분들은 모두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 배움에 투자해야 할 시간과 재정과 열정을 바로 저희를 위해 쏟아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아파본 이가 다른 이의 아픔을 더 잘 헤아려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남한생활을 10년간 하여 오지만 말투에서 시작하여 한국 정착의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데 있어서는 한국에 갓 들어온 새터민들이나 조금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저는 태어나 국가 법을 위반하며 살아본 적이 없지만 요즘에 와서야 제가 진짜 죄인임을 인정합니다.

그것은 제가 이분들보다 더 어렵게 살고 있지는 않지만 이분들처럼 저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돌아본 적이 없으며 또 이분들에게 맛있는 음식 한 번 제대로 사드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 예수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사 우리 자식들만은 남에게 베풀며 살 수 있는 풍족한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소서!”

서대문경찰서 수요영어교실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특이한 힘이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세계 속의 나, 더불어 사는 공동체 속의 나를 발견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아파하고,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애써주는 위대한 법을 배워갑니다.

저에게 아주 소박한 꿈이 있습니다.

사람을, 모두를, 여러분을 진실로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부족한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성철님은 성통만사의 수요영어교실 5주년 행사에서 우수학생으로써 장학금과 상장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