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 진행된 화폐개혁을 둘러싸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계급적 분열이 가속화 될 조짐이다.
돈을 떼인 주민들의 입에서 분노와 원망이 터져 나오는가 하면 어떤 사람의 입에서는 “참 잘 된 정책이다”라고 안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에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사람들은 식량난 이후 장마당에서 한푼 두 푼 벌어 부를 축적했던 사람들이다. 돈이 비교적 많이 몰려있던 신의주를 비롯한 북부 국경지역과 큰 도시에서는 화폐교환이 끝나는 날까지 남은 돈이라도 친척들과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바꾸려고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 부를 많이 차지한 사람들은 중국과 무역을 하는 외화벌이 사람들이지만, 이들의 결재수단은 달러나 위안화였기 때문에 북한 돈을 가지고 있지 않아 이번에 피해가 거의 없다. 또 북한 돈은 신뢰도가 적어 갖고 있지도 않았다. 고위층 간부들과 돈 있는 부유층들은 화폐를 달러나 위안화로 보유하고 있어 피해가 전혀 없다. 그들은 이번 화폐개혁을 느긋하게 앉아 관망하고 있다.
화폐개혁 정보를 이미 알고 있던 사람들은 30일 당일까지 장마당에서 텔레비전을 비롯한 전기제품, 식량 등을 대대적으로 사들였다고 한다. 그들은 하루빨리 화폐개혁이 끝나고 시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란다. 간부들도 이번 화폐개혁으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다. 설사 그들이 정보부재로 돈을 잃었다 해도 내놓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기관에 외화벌이 원천을 조달해주던 현지 지사들은 북한 돈을 대량 가지고 있다가 낭패를 크게 봤다. 장사를 해서 돈을 벌었던 사람들도 하루 아침에 돈 가치가 폭락하자, 정부에 대한 불만과 원망이 터져 나오고 곳곳에서 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돈을 무더기로 강물에 띄워버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전체 주민의 약 10%가량으로 이번 화폐개혁에서 기본 타격대상이 된 것이다.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이 끝나면 월급을 준다고 선포했기 때문에 밑천을 잃은 장사꾼들은 직장에라도 나가야 할 판이다.
한편, 이렇게 원성이 높아가는 속에서도 이번 화폐개혁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장사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거나 직장에 출근하던 사람들은 이번 화폐개혁에서 별로 밑질 것이 없다. 갖고 있는 돈도 기껏 몇 십만 원 안팎이어서 신권으로 바꾸고 나면 그만이다. 이들은 "지금 돈 있는 사람들은 너무 많이 축적했다. 이번에 다 평등하게 살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고 한다. 이들은 돈을 잃은 사람들의 소문이 나면 ‘깨 고소해’한다고 한다.
5일 현재 양강도 혜산시 장마당에서 쌀 1kg당 구 화폐로 10만원까지 상승했고, 겨울용 동복 한 벌은 40만원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6일까지 북한 전역에서 모든 화폐교환은 끝나게 되며 구 화폐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북한이 이번 화폐개혁에서 노린 것은 90년대 중반 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부를 축적한 ‘중간계층’들의 돈을 무효화 시키고 그들의 시장기운을 가라앉히고 직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화폐개혁을 기습 단행한 것도 이들의 반항을 보안서, 보위부 등 권력기관을 내세워 얼마든지 진압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돈이 없는 다수의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아 시장에서 발생하던 이윤을 그들에게 나눠주어 체제유지에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북한은 한 차례의 혁명을 단행했다. 과거 사회주의 혁명이 유산자의 재산을 빼앗아 무산자들이 나누어 갖는 것이었다면, 이번에 북한이 단행한 화폐개혁은 가진 국민의 재산을 국가가 강제로 약탈하는 식의 무산혁명의 재판이다. 교환은 단지 가지고 있던 구권을 1:1비율로 신권과 바꾸어주는 의미지만, 이번 경우에는 화폐단위를 100:1로 강제로 낮추고 기준치 이상의 것은 무효화 시키는 하나의 혁명이다.
이번 조치가 화폐평가 절하 조치였다면 5천 원짜리 신권이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고액의 화폐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단지 주민들의 재산 가치를 100배로 낮춘 것이다.
이번 화폐개혁 조치로 북한 당국과 주민간의 불신만 깊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45년 해방 후에도 땅을 떼인 지주, 자본가들이 대거 월남해 아직도 북한정권에 대해 절규하고 있다. 이제 북한에서 돈을 떼인 10%이상 주민들도 제2의 ‘피해자’가 되어 북한 정권의 종말을 학수 고대하는 계급으로 되어버린 것이다.
성통만사 칼럼니스트 정성일.